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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이재용 울고 송희영 웃고…'묵시적 청탁'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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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님햇 작성일20-01-12 13:3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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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대법 "구체적일 필요 없다"…헌법 위배 우려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유리한 기사를 써 주고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송희영(66) 전 조선일보 주필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이하 '뉴스컴') 대표가 1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묵시적 청탁'으로 봤던 두 사람의 만남을 2심 재판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언론인과 기업 대표의 만남"으로 판단해서다.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청탁 행위를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범죄사건의 첫 발이 되는 부정한 청탁은 공여자가 바라는 대가를 직접 언급하며 금품을 건네는 명시적 청탁과 간접적 언행으로 위법한 부탁을 하는 묵시적 청탁으로 나뉜다.

송 전 주필과 박 전 대표는 2007~2015년 뉴스컴의 영업을 위해 유리한 기사를 써달라는 등의 부정 청탁과 함께 4940만 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주고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만난 사실을 묵시적 청탁 행위로 보고 일부 혐의액을 유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1년을 선고했다. 다만 남상태(70)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우호적인 칼럼을 써주고 유럽여행 항공권 등 향응을 받은 혐의에는 "송 전 주필과 남 전 사장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묵시적 청탁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지난 9일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송 전 주필은 언론인으로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건강한 여론을 형성해야 했을텐데,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이 유죄로 본 부분까지 모두 무혐의로 보고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사건에서만 묵시적 청탁 행위를 두고 재판부 판단이 세 갈래로 엇갈렸다.

부장판사 출신 여상원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명시적 청탁은 청탁 현장의 증거를 토대로 판단하면 되지만, 묵시적 청탁은 금품이 오간 정황과 인과관계, 수수자와 공여자 관계를 면밀히 살피게 된다"며 "이에 따라 수수자가 공여자의 현안, 즉 무슨 어려움에 처해 대가를 바라는지를 인식했는가가 주요한 쟁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8년 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더팩트DB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뒤 뇌물 혐의로 정재계 인사들이 줄줄이 법정에 불려 나오며 묵시적 청탁이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랐다. 묵시적 청탁으로 지금껏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는 박근혜(68)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64)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원활한 승계 작업을 대가로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등 명목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수십억 상당의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2017년 8월 1심은 "박 전 대통령의 재단 지원 요구에 응함으로써 승계 작업에 관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징역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듬해 2심은 일부 혐의액을 놓고 "승계 작업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의미가 크지만 이에 대한 당사자들 인식이 명확하지 않았다. 수수자 박 전 대통령 역시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묵시적인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그러면서 문제의 묵시적 청탁에 대해 "그 내용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받고 300여 일만에 석방된 이 부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해 8월 사건을 받아든 대법원은 정반대의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 대상인 직무행위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고 봤다.

직무행위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막연히 선처해 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하거나, 직무집행과는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해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기존 대법원 판례(2008도6950)보다도 묵시적 청탁을 더 폭넓게 인정한 셈이다. 이 부회장의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돌아가 파기환송심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고법은 이 부회장 사건 외에도 묵시적 청탁을 놓고 고심 중이다. 2월 항소심 선고를 앞둔 이명박(79)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액 중 한 축을 차지하는 삼성의 다스(DAS) 미국소송 대납비용 51억 원 가량을 두고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 왔다. 검찰은 VIP 보고 문건에 변호사 선임내역이 기재된 정황을 봤을 때 당시 삼성이 처한 현안을 인식하고 실소유한 다스 소송비용 대납을 요청했다고 본다.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리는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사건도 묵시적 청탁이 주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2016~2018년 조 전 장관의 딸에게 지급한 장학금 600만 원을 뇌물로 보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노 원장은 양산부산대병원장을 지내던 2017년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취임을 전후해 축하 인사와 함께 "2년 더 분원장으로 재직하게 된 사실"을 문자로 전송했다. 검찰은 이러한 내용의 문자를 수 회 전달받은 조 전 장관이 "노 원장이 분원을 넘어 본원 원장이 되기 위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인식해 묵시적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할 걸로 보인다.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노 원장이 병원장이 되기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 전 장관이 인식했다면 묵시적 청탁의 전형이 된다. 물론 그 전에 장학금 지급 절차가 위법했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며 "다만 묵시적 청탁 행위는 입증할 증거자료가 마땅찮아 앞뒤 상황을 더 면밀히 살피기 때문에 현 공소장만으로는 의례적인 안부 인사인지, 묵시적 청탁인지 예단하기 이르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매일경제 이승환기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하급심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는데도 대법원이 묵시적 의사표시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했다며 우려를 표한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법규란 명확해야 하고 이를 적용하려면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객관적 물증보다 심증에 기대는 묵시적 청탁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특히 과실을 묻는 민사와 달리 고의 여부를 판단해 피고인을 법정구속까지 시키는 형사재판에서 위헌 여지가 있는 묵시적 청탁 범위를 넓게 인정한다는 건 국민 인권 침해와도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국정농단'처럼 특수한 사건에 한해 묵시적 청탁을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필우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대통령은 큰 틀에서 최소한의 의사결정만을 하고 실무자들이 구체적인 업무를 한다는 청와대 업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당사자 간 청탁 행위가 모호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대법원 판례는 묵시적 청탁의 범위를 확장했다기보다 국정농단 사태 특성을 고려한 판단을 내렸다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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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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