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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안철수 "6년의 정치…오버 페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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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달빛 작성일19-10-27 08:4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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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의원이 최근 책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란 책을 내고 근황을 알렸다. 6년의 정치 뒤에 1년 간 자취를 감춘 그가 어떤 생황을 했을지 호기심이 앞섰다. /안철수 전 의원 측 제공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더팩트|문혜현 기자] 가을이다. 흔히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도 한다. 날씨 좋은 날 오랜만에 책을 읽으려다 문득 최근 정계 복귀 시그널이라는 해석을 낳았던 안철수 전 의원의 책이 생각났다.

그렇지 않아도 안 전 의원이 창당하고 통합했던 바른미래당이 최근 엄청 시끄럽다. 창업주인 안 전 의원은 1년 전 당을 맡기고 홀연 떠났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당이 기울어가는 동안 그는 독일에서 무엇을 했을까. 그 1년을 썼다고 하니 책에 답을 들어보고자 했다.

책 표지에 그려진 안 전 의원의 모습이 딱 '안철수'라는걸 알게 한다. '달리기'에 빠져든 그의 독일 생활은 어땠을까. 안 전 의원은 책을 펴내면서 직접 찍은 사진을 넣었다며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했다. '자연인' 안철수의 은은한 여유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정치'는 많은 여운을 남긴 듯했다.

그는 먼저 자신의 상태를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표현했다. 특히 정치생활을 했던 지난 6년을 마라톤에서의 '오버 페이스'라고 말했다.

"정치를 시작하고는 쉬는 날, 주말도 없었다. 교수였을 때보다, 회사를 경영했을 때보다 훨씬 더 바쁜 날들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했던 가장 현실적인 정책 제안과 입법 등의 의정 활동,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삼김을 포함한 5명만이 해냈던 창당 후 교섭 단체를 만든 뚝심과 돌파력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오히려 약한 이미지로 평가받을 때면 마음이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마음의 상처, 후회, 안타까움이 가득했던 시간들과 아름답게 헤어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 취재진과 대화를 나눌 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정치인들도 정신력 관리가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다. 매 순간 이어지는 언론의 감시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의 주목과 평가를 받는 정치인들이 겪는 정신적 고충이 상당할 거란 추측이다.

특히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여당 정치인들의 ‘자괴감이 들었다’는 고백을 마주하면서 그런 생각은 더 진하게 와 닿았다.

안 전 의원은 책에서 ‘달리기’의 각종 장점과 정신 건강 향상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 한 달리기, 마라톤을 준비했던 나날들, 완주한 순간의 기쁨을 설명하는 안 전 의원의 말에선 짧고 굵은 정치 생활을 끝낸 ‘자연인’의 후련함이 느껴졌다.

"완주한 사람, 완주자를 영어로 'finisher'라고 한다. 중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끝내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을 말한다. 나도 하는 모든 일에서 피니셔로 살아오긴 했지만 풀코스 마라톤을 뛰고 나서야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할 수 있었고, 어려움이 큰 만큼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 책 속엔 그가 독일과 유럽을 겪으며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 사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엔 대개 찍는 이의 시선이 비친다. 안 전 의원이 직접 찍었다고 하는 사진엔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흐름, 마라톤을 하며 본 사람들이 그리는 무늬 등이 섬세하게 찍혀 있었다.

안 전 의원은 달리기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회복했다는 말을 전하면서도 정계 복귀 등 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정해지지않아 그가 들고 올 메시지에 세간의 관심은 몰리고 있다. /문혜현 기자

하지만 그는 자연인이 됐다고 해서 세상에 대한 문을 닫지는 않았다. 그는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배우고 준비한 교육 프로젝트, 스티븐 핑커 교수와 피터 턱슨 추기경을 만난 일화를 소개하면서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를 리더에 비유하면서 정치 복귀를 은연 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그들(페이스메이커)을 통해 올바른 리더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충분히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속도를 기꺼이 늦추는 사람, 앞서 달리는 것 같지만 실제 역할은 다른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사람이 진정 올바른 리더가 아닐까? 우리 사회에는 이런 페이스메이커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니 안 전 의원이 달리기를 하면서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때로는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받던 그는 책 속에서 전보다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다.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습을 하고, 어려운 산행과 목표에 도전하면서 체력적 성과를 낸 뒤에 세상에 낸 이 책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안 전 의원은 의사, 프로그래머, 기업가,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스스로 '해결사'를 자처했다. 그리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순례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2012년 정치의 희망으로 등장했던 때가 떠올랐다. 안 전 의원이 돌아오면 어떤 일을 할까. 국내는 연일 그의 복귀 시점과 향후 진로에 대한 추측과 전망이 쏟아진다. 이 책이 나왔을 때도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한국에서 인물의 변화는 정계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미국행을 알렸다. 계획된 일이라고 했다.

아직 '연구년'이 다 끝나지 않은 걸까? 그 연구년은 언제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연구년을 다녀온 교수님의 손에는 어떤 새로운 강의가 들려 있을까. 안 전 의원이 책 속에서 전한 말에 그 내용이 조금 추측이 되기도 한다.

"이제껏 해결사의 역할을 해온 나는 아마 앞으로도 그 기질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내가 경험한 좋은 것들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계속 알려주며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늘 최선을 다해왔던 내가 어디 멀리 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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