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참사 1주기 엄마의 편지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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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선
작성일20-06-2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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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씨랜드 화재사고로 아들을 잃고 뉴질랜드로 이민간 전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 김순덕과 작은 아들 태현. 경향신문 자료사진
도현아, 도현아. 우리 큰 아들 도현이가 하늘나라로 간 지 어느새 1년이구나.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때론 이 엄마, 아빠, 동생이 보고 싶어 울지는 않는지. 늘 엎드려 자던 너를 바로 눕히던 게 어제 같은데.
씨랜드 화재참사.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지.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대여섯살 아이를 둔 엄마들뿐 아니었지. 자식을 둔 부모들은 모두 그랬을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1년이 지난 지금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잊었을지도 몰라. 그리고 또 어느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엄마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시뻘겋게 다가오는 뜨거운 불길, 그 불길 속에서 목이 터져라 “엄마”를 찾았을 너를 생각하면···. 숨이 탁 막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려 말이 안 나와. 모든 걸 뒤로 하고 이국땅으로 왔지만 여전하단다. 그래, 하루에 열두번도 더 도현이 생각이 나. 너를 먼저 보낸 이 못난 엄마, 엄마는 아직도 너무 안타까워 가슴을 때려본다. 한국에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냥 여기서 내가 한글을 가르쳤다면, 그날 아침 캠프에 보내지만 않았어도, 아니 동생처럼 미리 그 유치원을 그만뒀더라도···. 지금도 너의 빈 자리가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단다. 어느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아.
숨진 어린이들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가방 등이 화재현장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1999년 6월 30일 소방대원들이 사망자를 확인하기 위해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구석구석을 살피고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서 발행하던 섹션인 매거진엑스 1면에는 이렇게 애가 끊어지는 듯한 모정이 담긴 기사가 실렸습니다. 단장의 비통한 마음이 담긴 ‘도현아, 하늘나라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니? 씨랜드참사 1주기 엄마의 편지’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1999년 6월 30일 발생한 경기 화성 씨랜드 참사로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기사입니다.
참혹한 현장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이 흉물스런 고철상자처럼 구겨져 있어 당시의 참상을 말해주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9년 6월 30일 발생한 경기 화성 씨랜드 참사는 샌드위치 패널이 인명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화재 사고 입니다.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잠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다음날인 7월 1일자 경향신문에는 “30일 오전 0시30분쯤 경기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9명과 어른 4명 등 모두 23명이 숨지고, 3명이 화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지도교사가 없었던 수련원 301호에서는 유치원생 18명이 한꺼번에 숨졌다”라는 문장들로 시작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시 씨랜드에는 유치원·초등학생 등 어린이 496명과 인솔교사 47명 등이 1박2일 과정의 갯벌체험을 위해 입소해 있었습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 경찰은 전기 합선이나 모기향에 의해 발화돼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때 피해를 키운 것이 바로 최근 이천 참사에서도 많은 인명을 앗아간 원인이 된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이었습니다.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등을 넣은 단열재입니다. 저렴한 데다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단열재로 자주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화재에 취약해 대형 화재참사의 주범으로 꼽혀왔습니다. 게다가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화재는 소방차가 출동해 물을 뿌려도 내부의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까지 물이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진화도 어렵습니다. 겉의 철판에는 물이 닿아도 내부의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은 빠르게 타들어가면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것입니다.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23명 사망) 외에 2008년 1월(40명 사망)과 12월(8명 사망)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45명 사망) 사고가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참사로 꼽힙니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 안에 유리섬유보다 값싼 우레탄폼을 채우는 경우는 피해 규모가 더 커지곤 했습니다. 우레탄폼은 한번 불이 붙으면 연소가 빠르고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1999년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 현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씨랜드 사고 이후 정부는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규제를 내놨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할 경우 난연재료 및 구조안전 확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또 2015년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에는 창고 건물의 바닥면적이 600㎡ 이상이면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건축 현장에서는 창고건물 면적을 600㎡ 미만으로 쪼개서 사용 허가를 받는 등의 편법을 통해 여전히 샌드위치 패널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1일 단독보도한 ‘통계가 말한다…정부 대책 소용없었다고’ 기사에 포함된 통계들은 정부가 얼마나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물의 화재에 대해 안일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기사에는 ‘경기 이천시의 코리아2000 냉동창고 참사가 발생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건물 단열재인 샌드위치 패널로 인해 한 해 평균 2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동안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한 건물의 화재사고는 매년 3000건씩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는 경향신문이 30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 통계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천 물류창고 중대재해 책임자 한익스프레스 처벌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유가족이 희생자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창길 기자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 기사는 “오는 30일은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로 김도현군 등 유치원 어린이 19명을 포함, 23명이 목숨을 잃은 지 만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삼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로 말미를 맺습니다. 다시 한번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이번에는 정부가 제대로 된 규제를 실시하길, 그래서 더 이상의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게 되길 바라봅니다.
김기범 기자 [email protected]
▶ 장도리
[경향신문]
씨랜드 화재사고로 아들을 잃고 뉴질랜드로 이민간 전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 김순덕과 작은 아들 태현. 경향신문 자료사진도현아, 도현아. 우리 큰 아들 도현이가 하늘나라로 간 지 어느새 1년이구나.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때론 이 엄마, 아빠, 동생이 보고 싶어 울지는 않는지. 늘 엎드려 자던 너를 바로 눕히던 게 어제 같은데.
씨랜드 화재참사.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지.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대여섯살 아이를 둔 엄마들뿐 아니었지. 자식을 둔 부모들은 모두 그랬을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1년이 지난 지금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잊었을지도 몰라. 그리고 또 어느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엄마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시뻘겋게 다가오는 뜨거운 불길, 그 불길 속에서 목이 터져라 “엄마”를 찾았을 너를 생각하면···. 숨이 탁 막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려 말이 안 나와. 모든 걸 뒤로 하고 이국땅으로 왔지만 여전하단다. 그래, 하루에 열두번도 더 도현이 생각이 나. 너를 먼저 보낸 이 못난 엄마, 엄마는 아직도 너무 안타까워 가슴을 때려본다. 한국에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냥 여기서 내가 한글을 가르쳤다면, 그날 아침 캠프에 보내지만 않았어도, 아니 동생처럼 미리 그 유치원을 그만뒀더라도···. 지금도 너의 빈 자리가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단다. 어느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아.
숨진 어린이들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가방 등이 화재현장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1999년 6월 30일 소방대원들이 사망자를 확인하기 위해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구석구석을 살피고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2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서 발행하던 섹션인 매거진엑스 1면에는 이렇게 애가 끊어지는 듯한 모정이 담긴 기사가 실렸습니다. 단장의 비통한 마음이 담긴 ‘도현아, 하늘나라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니? 씨랜드참사 1주기 엄마의 편지’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1999년 6월 30일 발생한 경기 화성 씨랜드 참사로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기사입니다.
참혹한 현장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이 흉물스런 고철상자처럼 구겨져 있어 당시의 참상을 말해주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1999년 6월 30일 발생한 경기 화성 씨랜드 참사는 샌드위치 패널이 인명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화재 사고 입니다.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잠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다음날인 7월 1일자 경향신문에는 “30일 오전 0시30분쯤 경기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9명과 어른 4명 등 모두 23명이 숨지고, 3명이 화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지도교사가 없었던 수련원 301호에서는 유치원생 18명이 한꺼번에 숨졌다”라는 문장들로 시작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시 씨랜드에는 유치원·초등학생 등 어린이 496명과 인솔교사 47명 등이 1박2일 과정의 갯벌체험을 위해 입소해 있었습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 경찰은 전기 합선이나 모기향에 의해 발화돼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때 피해를 키운 것이 바로 최근 이천 참사에서도 많은 인명을 앗아간 원인이 된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이었습니다.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등을 넣은 단열재입니다. 저렴한 데다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단열재로 자주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화재에 취약해 대형 화재참사의 주범으로 꼽혀왔습니다. 게다가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화재는 소방차가 출동해 물을 뿌려도 내부의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까지 물이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진화도 어렵습니다. 겉의 철판에는 물이 닿아도 내부의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은 빠르게 타들어가면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것입니다.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23명 사망) 외에 2008년 1월(40명 사망)과 12월(8명 사망)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45명 사망) 사고가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참사로 꼽힙니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 안에 유리섬유보다 값싼 우레탄폼을 채우는 경우는 피해 규모가 더 커지곤 했습니다. 우레탄폼은 한번 불이 붙으면 연소가 빠르고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1999년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 현장. 경향신문 자료사진씨랜드 사고 이후 정부는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규제를 내놨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할 경우 난연재료 및 구조안전 확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또 2015년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에는 창고 건물의 바닥면적이 600㎡ 이상이면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건축 현장에서는 창고건물 면적을 600㎡ 미만으로 쪼개서 사용 허가를 받는 등의 편법을 통해 여전히 샌드위치 패널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1일 단독보도한 ‘통계가 말한다…정부 대책 소용없었다고’ 기사에 포함된 통계들은 정부가 얼마나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물의 화재에 대해 안일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기사에는 ‘경기 이천시의 코리아2000 냉동창고 참사가 발생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건물 단열재인 샌드위치 패널로 인해 한 해 평균 2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동안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한 건물의 화재사고는 매년 3000건씩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는 경향신문이 30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 통계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천 물류창고 중대재해 책임자 한익스프레스 처벌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유가족이 희생자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창길 기자20년 전 오늘 경향신문 기사는 “오는 30일은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로 김도현군 등 유치원 어린이 19명을 포함, 23명이 목숨을 잃은 지 만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삼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로 말미를 맺습니다. 다시 한번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이번에는 정부가 제대로 된 규제를 실시하길, 그래서 더 이상의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게 되길 바라봅니다.
김기범 기자 [email protected]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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