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전 남편과 소송 21년째…받은 양육비는 270만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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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선
작성일20-10-0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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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해결모임의 강민서 대표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회원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국가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해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비영리단체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강민서 대표는 올 연말에 구치소에 수감될 마음을 먹고 있다. 그는 양육비를 주지 않은 한 남성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선고일은 10월 29일.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강 대표는 벌금형이 선고된다면 내지 않고 구치소로 갈 계획이다.
서울 강서구 주택가에 위치한 양해모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수차례 시도 끝에 연결된 전화.
"어휴 저도 답답해요. 애들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여름 휴가 다녀오고, 옷이라도 사입히라고 돈 보냈어요."
휴대전화 너머로 억울한듯 호소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다"고 전화를 끊은 강 대표는 곧장 또 다른 곳으로 연락했다. 이번엔 화가 난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휴가비는 무슨 휴가비예요. 5월에 어린이날 20만원 보내준 게 다인데 무슨…거짓말이에요. 제가 통장 찍어줄게요. 어이가 없네요"
양육비 미지급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강 대표. 강 대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와 양육자 사이에서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소통 중재자 역할을 한다.
통화가 끝나자 강 대표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에게 휴가비를 보냈다는 남성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강 대표는 이같은 일을 자주 겪은 듯 설명했다.
"저는 솔직히 같이 살아본 게 아니라서 성향을 모르는데, 양육자들은 결혼하고 살았으니까 다 아는 거죠. 헤어진 부부, 둘 사이에는 감정이 있으니까 싸움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돕게 된 거죠"
강 대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와 양육자 사이에서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소통 중재자 역할을 한다. 그 역시 20년 넘게 전남편과 소송을 이어온 양육비 피해자다.
-21년째 전 남편과 소송 중이라는데.
아이가 돌 되기 전에 남편과 헤어졌어요. 아들이 지금 22살이 됐어요. 전 남편을 상대로 21년간 총 28번을 소송했어요. 28번을 이겼는데 받은 양육비는 270만원이 고작이에요. 홀로 소송을 했어요. 법정에 혼자 서 있으면 정말 외롭고, 무서워요. 재판 끝나면 법원 1층에 무료 상담해주는 분들 있잖아요. 그분들 붙잡고서 '우리나라 법이 왜 이러냐'면서 울기도 했어요. 아이 아빠를 용서할 수 없어요. 저는 아이가 30, 40살이 돼도 끝까지 양육비를 받을 생각이에요. 아들이 올해 전역하는데 대학을 못 갔어요. 양육비 받을게 1억 9천만원 정도인데, 받으면 대학을 보낼 계획입니다.
강 대표는 아이 아빠한테 고마운 것도 있다. 자신을 양육비 전문가로 만들어준 것이다. 21년이나 꾸준하게 소송한 사람이 흔할 리 없다. 대부분 소송을 한두 번 하다 보면 먼저 지치거나 실망을 해서 '그냥 제가 벌고 말래요' 한다. 그래서 강 대표는 항상 '포기하지 마세요' '끝까지 하세요' 이야기한다.
-양해모 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
원래 학원을 했었어요. 양육비 피해자들 카페에 가입하게 됐는데 저는 오래 소송을 해오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전문가가 된 거예요. 그래서 '소송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판결문 갖고 동사무소 가면 서류를 뗄 수 있다'는 식으로 댓글을 달아주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우리 양육비 제도가 허점이 너무 많아요. 양육비 소송을 해도 상대방은 잘살고 있고, 오히려 양육자들이 사정하는 상황이거든요. 제 주위에는 이혼한 사람이 없어서 이걸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나서서 누구든 돕겠다는 마음에 양해모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양육자와 양육비 미지급자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해서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도와주고, 면접도 할 수 있게끔 찾아주고 있어요. 사실 제가 변호사도 아니고 중재할 수 있는 자격이 없거든요.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겁니다.
강 대표 역시 양육비 피해자다. 그는 21년째 전남편과 양육비 소송을 하고 있다. 소송에서 28번을 이겼지만 받은 돈은 270만원이다.
양해모는 2018년 9월 출범했다. 같은 해 11월 검찰에 아동학대로 집단 고소장을 접수했고, 전국을 돌며 서명운동과 사진전을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앞에서 양육비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강 대표가 직접 삭발도 했고, '양육비 미지급은 기본권 침해'라며 처음으로 양육비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내기도 했다. 강 대표는 그간 101건의 양육비 문제를 해결했다.
-101건을 해결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양육비 미지급자인 아이 아빠가 어린 미혼부였어요. 직장 동료였던 여성과 약 15일을 같이 지냈대요. 그러다가 성격 차이로 헤어졌는데, 여성이 한 달 뒤에 와서는 임신 사실을 밝혔어요. 아이를 안 낳기로 서로 합의하고 400만원을 요구해서 줬대요. 그런데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비 소송을 건 거예요. 아이 아빠는 아이를 낳았는지도 몰랐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거예요. 그런데 소송하면서 알고 보니 여성분이 이미 큰 애도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고요. 어찌 됐든 제가 사이에서 중재했어요. 애 아빠는 생활이 힘들지만 그래도 양육비 지급을 다 했어요. 매달 20일이 되면 보낸대요. 그런데 아이 아빠가 제게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다면서 식사를 대접했어요. 제가 아들 사진을 보내줬더니 너무 고맙대요. 그러고선 '돈 많이 벌어서 데려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일하면서 힘든 적은 없는지
협박을 많이 당했어요. 저는 전화번호랑 사무실 주소를 공개하는데 양육비를 안 주려는 사람들이 저를 쫓아온다더라고요. 욕을 하면서 '네가 뭔데, 사무실이 어디냐' 그러더라고요. 김포 사무실이 인적이 드문 허허벌판에 있는데 정말 무섭긴 해요. 아, 그리고 제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돈도 받지 않고 활동을 하는 건데 가끔 명령식으로 이야기하는 분이 있어요. 그럴 때 허무해요.
-자금이 부족하지 않은지
정회원비로 운영하고 있어요. 30여명 있습니다. 매달 만원씩 내거든요. 그런데 도와주는 분들 급여 드리고 나면 마이너스예요. 친정엄마한테 매달 조금씩 받는 게 있는데 그걸 활동비로 쓰고 있어요. 이동할 땐 사무국장님 차를 얻어타고,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기자회견 하면 현수막, 팻말 같은 걸 만들어야 학원을 정리하면서 남은 물건들을 김포 집에다가 가져다 놨거든요. 그걸 중고사이트에 팔아서 충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정회원 중에서도 후원금을 내주시는 분이 있어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강 대표는 벌금형이 선고된다면 구치소에 수감될 계획이다. 운영회의를 위해 사무실을 나서는 강 대표.
양해모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페어런츠'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사이트는 현재 23명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강 대표는 신상공개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다. 양육비를 미지급한 남성이 강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강 대표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1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구치소에 가겠다고 했는데.
국가에 메시지를 전하려는 거예요. 국가가 안 나서서 개인이 나선 것인데 벌금을 내는 건 아니잖아요. 구치소 가는 거 솔직히 무서워요. 휴대전화도 안 된대요. 갇혀있다는 거 그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수감 생활이 걱정돼서 포털사이트에 구치소 생활 검색을 해봤어요. 정독했어요. 물론 구형이 100만원이면 10일이고, 선고에서 형이 준다면 어떻게 나오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도 안된대요. 제가 구치소 간다면 우리 가족은 또 한 번 상처를 받겠죠.
-지난해 삭발도 했다. 어떻게 하게 됐나.
양육비 문제에 국가가 나서 달라고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했어요. 원래 제 머리가 허리보다 길었어요. 회원 몇 명이 한다고 했는데 삭발식 전날 갑자기 연락이 안 된 거예요. 보도자료를 낸 상황인데 삭발할 사람이 없는 거죠. 밤새 고민하다가 당일에 '내가 하겠다'고 나선 거죠. 막상 나섰는데 아무도 안 말리더라고요. 얼떨결에 하게 된 건데 막상 의자에 앉으니 담담하더라고요. 회원 한 분이 미용사여서 맡겼는데 머리 중간을 훅 잘랐어요. 삭발하는 순간 전 남편에 소송하고, 혼자 애 키우고 한 20년 순간이 주마등처럼 다 지나갔어요. 제 모습을 봤는데 충격이 컸어요. 정말 많이 울었어요.
강 대표는 "현행법에서 가장 허술한 것이 바로 감치제도"라고 지적했다. 양해모는 지난 7월 감치제도와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장을 고발했다.
강 대표는 현재 감치제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법원은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최대 30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구금하는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다. 법원은 지난해 감치명령의 집행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등 강화에 나섰지만 강 대표는 "현행법에서 가장 허술한 것이 바로 감치제도"라고 강조했다.
감치제도와 관련해 양해모는 지난 7월 경찰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벌금형 선고 시 구치소에 다녀온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도 청구할 계획이다. 감치제도의 허점과 그간 일선 경찰의 직무유기에 대해서 자료를 모아 소장을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도 낼 예정이다.
-감치제도에 몰두하는 이유는.
양육비 지급하라고 했는데도 안주면 양육비 이행명령이라는 걸 해요. 그런데 한번 어기고, 두 번 어기고, 세 번을 어기면 그때 감치신청이라는 걸 할 수 있어요. 감치가 바로 되느냐. 그것도 아니에요. 감치 재판까지도 수개월이 걸리고, 당사자가 법원에 안 나오면 감치도 바로 안 되고, 주소지 관할 경찰서로 다시 내려보냅니다. 그런데 감치제도를 아는 형사들이 한 명도 없더라고요. 경찰이 출동해도 '여기 없다'고 하면 끝이에요. 집행된 사람이 거의 없어요. 저희가 경찰서에 가서 사정하는데도 모르더라고요. 매뉴얼이 전혀없어요. 경찰청장을 고발했어요. 죄를 묻겠다는 게 아니라 감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양해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도 청구할 계획이다. 자문 변호사와 회의하는 강민서 대표와 양해모 운영진.
최근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방경찰청장이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양육비 개정안에도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확실한 양육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운전면허 정지 개정안이 통과됐다.
감치에 실패한 양육자가 신청하면 심의위원회에서 생계에 지장이 없는 경우만 운전면허 정지를 한다는 거예요. 그럼 3분의 2는 다 무효가 될 거예요. 누구든지 운전이 생계와 직결됐다고 안 하겠습니까. 심의위원회에서는 그걸 또 어떻게 판단을 하냐는 겁니다. 미지급이 확인되면 무조건 다 면허 정지를 하든 강화해줘야 해요.
강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라고 본다. 떨어져 있어도 부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육비 대지급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해주고, 지급 대상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대통령 임기가 반을 넘어섰는데 아직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
오후 8시, 하루 일과를 끝내며 강 대표가 회원과 통화를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양육자들은 양육에만 힘쓰게끔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하다 보면 신경이 정말 예민해져요. 양육자가 행복하지가 않아요. 양육자들은 양육에만 힘쓰게끔 해줘야 해요. 양육비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미래를 책임질 애들이고, 미래를 키우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그 부분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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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해결모임의 강민서 대표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회원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국가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해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비영리단체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강민서 대표는 올 연말에 구치소에 수감될 마음을 먹고 있다. 그는 양육비를 주지 않은 한 남성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선고일은 10월 29일.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강 대표는 벌금형이 선고된다면 내지 않고 구치소로 갈 계획이다.
서울 강서구 주택가에 위치한 양해모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수차례 시도 끝에 연결된 전화.
"어휴 저도 답답해요. 애들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여름 휴가 다녀오고, 옷이라도 사입히라고 돈 보냈어요."
휴대전화 너머로 억울한듯 호소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다"고 전화를 끊은 강 대표는 곧장 또 다른 곳으로 연락했다. 이번엔 화가 난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휴가비는 무슨 휴가비예요. 5월에 어린이날 20만원 보내준 게 다인데 무슨…거짓말이에요. 제가 통장 찍어줄게요. 어이가 없네요"
양육비 미지급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강 대표. 강 대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와 양육자 사이에서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소통 중재자 역할을 한다.통화가 끝나자 강 대표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에게 휴가비를 보냈다는 남성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강 대표는 이같은 일을 자주 겪은 듯 설명했다.
"저는 솔직히 같이 살아본 게 아니라서 성향을 모르는데, 양육자들은 결혼하고 살았으니까 다 아는 거죠. 헤어진 부부, 둘 사이에는 감정이 있으니까 싸움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돕게 된 거죠"
강 대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와 양육자 사이에서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소통 중재자 역할을 한다. 그 역시 20년 넘게 전남편과 소송을 이어온 양육비 피해자다.
-21년째 전 남편과 소송 중이라는데.
아이가 돌 되기 전에 남편과 헤어졌어요. 아들이 지금 22살이 됐어요. 전 남편을 상대로 21년간 총 28번을 소송했어요. 28번을 이겼는데 받은 양육비는 270만원이 고작이에요. 홀로 소송을 했어요. 법정에 혼자 서 있으면 정말 외롭고, 무서워요. 재판 끝나면 법원 1층에 무료 상담해주는 분들 있잖아요. 그분들 붙잡고서 '우리나라 법이 왜 이러냐'면서 울기도 했어요. 아이 아빠를 용서할 수 없어요. 저는 아이가 30, 40살이 돼도 끝까지 양육비를 받을 생각이에요. 아들이 올해 전역하는데 대학을 못 갔어요. 양육비 받을게 1억 9천만원 정도인데, 받으면 대학을 보낼 계획입니다.
강 대표는 아이 아빠한테 고마운 것도 있다. 자신을 양육비 전문가로 만들어준 것이다. 21년이나 꾸준하게 소송한 사람이 흔할 리 없다. 대부분 소송을 한두 번 하다 보면 먼저 지치거나 실망을 해서 '그냥 제가 벌고 말래요' 한다. 그래서 강 대표는 항상 '포기하지 마세요' '끝까지 하세요' 이야기한다.
-양해모 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
원래 학원을 했었어요. 양육비 피해자들 카페에 가입하게 됐는데 저는 오래 소송을 해오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전문가가 된 거예요. 그래서 '소송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판결문 갖고 동사무소 가면 서류를 뗄 수 있다'는 식으로 댓글을 달아주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우리 양육비 제도가 허점이 너무 많아요. 양육비 소송을 해도 상대방은 잘살고 있고, 오히려 양육자들이 사정하는 상황이거든요. 제 주위에는 이혼한 사람이 없어서 이걸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나서서 누구든 돕겠다는 마음에 양해모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양육자와 양육비 미지급자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해서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도와주고, 면접도 할 수 있게끔 찾아주고 있어요. 사실 제가 변호사도 아니고 중재할 수 있는 자격이 없거든요.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겁니다.
강 대표 역시 양육비 피해자다. 그는 21년째 전남편과 양육비 소송을 하고 있다. 소송에서 28번을 이겼지만 받은 돈은 270만원이다.양해모는 2018년 9월 출범했다. 같은 해 11월 검찰에 아동학대로 집단 고소장을 접수했고, 전국을 돌며 서명운동과 사진전을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앞에서 양육비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강 대표가 직접 삭발도 했고, '양육비 미지급은 기본권 침해'라며 처음으로 양육비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내기도 했다. 강 대표는 그간 101건의 양육비 문제를 해결했다.
-101건을 해결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양육비 미지급자인 아이 아빠가 어린 미혼부였어요. 직장 동료였던 여성과 약 15일을 같이 지냈대요. 그러다가 성격 차이로 헤어졌는데, 여성이 한 달 뒤에 와서는 임신 사실을 밝혔어요. 아이를 안 낳기로 서로 합의하고 400만원을 요구해서 줬대요. 그런데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비 소송을 건 거예요. 아이 아빠는 아이를 낳았는지도 몰랐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거예요. 그런데 소송하면서 알고 보니 여성분이 이미 큰 애도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고요. 어찌 됐든 제가 사이에서 중재했어요. 애 아빠는 생활이 힘들지만 그래도 양육비 지급을 다 했어요. 매달 20일이 되면 보낸대요. 그런데 아이 아빠가 제게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다면서 식사를 대접했어요. 제가 아들 사진을 보내줬더니 너무 고맙대요. 그러고선 '돈 많이 벌어서 데려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일하면서 힘든 적은 없는지
협박을 많이 당했어요. 저는 전화번호랑 사무실 주소를 공개하는데 양육비를 안 주려는 사람들이 저를 쫓아온다더라고요. 욕을 하면서 '네가 뭔데, 사무실이 어디냐' 그러더라고요. 김포 사무실이 인적이 드문 허허벌판에 있는데 정말 무섭긴 해요. 아, 그리고 제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돈도 받지 않고 활동을 하는 건데 가끔 명령식으로 이야기하는 분이 있어요. 그럴 때 허무해요.
-자금이 부족하지 않은지
정회원비로 운영하고 있어요. 30여명 있습니다. 매달 만원씩 내거든요. 그런데 도와주는 분들 급여 드리고 나면 마이너스예요. 친정엄마한테 매달 조금씩 받는 게 있는데 그걸 활동비로 쓰고 있어요. 이동할 땐 사무국장님 차를 얻어타고,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기자회견 하면 현수막, 팻말 같은 걸 만들어야 학원을 정리하면서 남은 물건들을 김포 집에다가 가져다 놨거든요. 그걸 중고사이트에 팔아서 충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정회원 중에서도 후원금을 내주시는 분이 있어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강 대표는 벌금형이 선고된다면 구치소에 수감될 계획이다. 운영회의를 위해 사무실을 나서는 강 대표.양해모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페어런츠'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사이트는 현재 23명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강 대표는 신상공개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다. 양육비를 미지급한 남성이 강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강 대표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1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구치소에 가겠다고 했는데.
국가에 메시지를 전하려는 거예요. 국가가 안 나서서 개인이 나선 것인데 벌금을 내는 건 아니잖아요. 구치소 가는 거 솔직히 무서워요. 휴대전화도 안 된대요. 갇혀있다는 거 그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수감 생활이 걱정돼서 포털사이트에 구치소 생활 검색을 해봤어요. 정독했어요. 물론 구형이 100만원이면 10일이고, 선고에서 형이 준다면 어떻게 나오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도 안된대요. 제가 구치소 간다면 우리 가족은 또 한 번 상처를 받겠죠.
-지난해 삭발도 했다. 어떻게 하게 됐나.
양육비 문제에 국가가 나서 달라고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했어요. 원래 제 머리가 허리보다 길었어요. 회원 몇 명이 한다고 했는데 삭발식 전날 갑자기 연락이 안 된 거예요. 보도자료를 낸 상황인데 삭발할 사람이 없는 거죠. 밤새 고민하다가 당일에 '내가 하겠다'고 나선 거죠. 막상 나섰는데 아무도 안 말리더라고요. 얼떨결에 하게 된 건데 막상 의자에 앉으니 담담하더라고요. 회원 한 분이 미용사여서 맡겼는데 머리 중간을 훅 잘랐어요. 삭발하는 순간 전 남편에 소송하고, 혼자 애 키우고 한 20년 순간이 주마등처럼 다 지나갔어요. 제 모습을 봤는데 충격이 컸어요. 정말 많이 울었어요.
강 대표는 "현행법에서 가장 허술한 것이 바로 감치제도"라고 지적했다. 양해모는 지난 7월 감치제도와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장을 고발했다.강 대표는 현재 감치제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법원은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최대 30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구금하는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다. 법원은 지난해 감치명령의 집행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등 강화에 나섰지만 강 대표는 "현행법에서 가장 허술한 것이 바로 감치제도"라고 강조했다.
감치제도와 관련해 양해모는 지난 7월 경찰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벌금형 선고 시 구치소에 다녀온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도 청구할 계획이다. 감치제도의 허점과 그간 일선 경찰의 직무유기에 대해서 자료를 모아 소장을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도 낼 예정이다.
-감치제도에 몰두하는 이유는.
양육비 지급하라고 했는데도 안주면 양육비 이행명령이라는 걸 해요. 그런데 한번 어기고, 두 번 어기고, 세 번을 어기면 그때 감치신청이라는 걸 할 수 있어요. 감치가 바로 되느냐. 그것도 아니에요. 감치 재판까지도 수개월이 걸리고, 당사자가 법원에 안 나오면 감치도 바로 안 되고, 주소지 관할 경찰서로 다시 내려보냅니다. 그런데 감치제도를 아는 형사들이 한 명도 없더라고요. 경찰이 출동해도 '여기 없다'고 하면 끝이에요. 집행된 사람이 거의 없어요. 저희가 경찰서에 가서 사정하는데도 모르더라고요. 매뉴얼이 전혀없어요. 경찰청장을 고발했어요. 죄를 묻겠다는 게 아니라 감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양해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도 청구할 계획이다. 자문 변호사와 회의하는 강민서 대표와 양해모 운영진.최근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방경찰청장이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양육비 개정안에도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확실한 양육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운전면허 정지 개정안이 통과됐다.
감치에 실패한 양육자가 신청하면 심의위원회에서 생계에 지장이 없는 경우만 운전면허 정지를 한다는 거예요. 그럼 3분의 2는 다 무효가 될 거예요. 누구든지 운전이 생계와 직결됐다고 안 하겠습니까. 심의위원회에서는 그걸 또 어떻게 판단을 하냐는 겁니다. 미지급이 확인되면 무조건 다 면허 정지를 하든 강화해줘야 해요.
강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라고 본다. 떨어져 있어도 부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육비 대지급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해주고, 지급 대상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대통령 임기가 반을 넘어섰는데 아직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
오후 8시, 하루 일과를 끝내며 강 대표가 회원과 통화를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양육자들은 양육에만 힘쓰게끔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소송을 하다 보면 신경이 정말 예민해져요. 양육자가 행복하지가 않아요. 양육자들은 양육에만 힘쓰게끔 해줘야 해요. 양육비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미래를 책임질 애들이고, 미래를 키우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그 부분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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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17일 첫 발생, 23일만에 사육돼지 확산 차단
멧돼지 745건 발생 중…추석 유동인구 증가 대책 마련[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발생한지 1년여가 지났다. 사육돼지에서는 한달여만에 발생이 멈춰 최근 접경지역에서는 재입식(사육) 준비에 들어갔지만 야생멧돼지에서는 여전히 엄중한 방역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추석 명절을 전후로 강력한 방역을 통해 확산 차단에 나설 계획이다.
ASF는 돼지에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사용 가능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고 폐사율이 최대 100%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17일 경기도 파주의 양돈농장에서 처음 발생했다.
당시 바이러스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해외 발생국으로부터의 유입과 북한을 통한 접경지역 유입 등 의견이 분분했다. 아직 정확한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역당국측은 ASF 발생국인 북한지역에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이 접경지역에서 퍼져 농가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ASF 발생 초기에는 접경지역 중심으로 농가 확산세가 빨라 우려가 컸다. 파주에서 처음 ASF 확진이 나타난 후 같은달 23~26일 경기도 김포·파주시와 인천 강화군에서 7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10월 6일에는 축산 1번지로 불리는 충남 지역 보령시에서 의심 신고가 나와 양돈업계 공포감이 커지기도 했다.
다행히 ASF 첫 발생 후 23일이 지난 10월 9일 연천군의 14번째 확진 농가를 마지막으로 사육돼지에서 추가 ASF는 발생하지 않았다.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구제역과 달리 공기 중으로 전파해 확산 속도가 빨랐던 ASF를 한달도 안 돼 양돈농장 확산을 차단한 근거는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 때문이었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SF 발생 후 위기경보단계를 즉각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했으며 주요 지역에서 확진 판정이 나올 때마다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내리며 대처했다. 긴급행동지침(SOP)상 살처분의 범위는 발생지역과 500m였는데 이를 3km로 넓히고 ASF가 발생한 군내 전체 돼지를 살처분·수매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당시 강력한 조치를 내린 이유에 대해 “발생 원인을 알면 그것만 제거하면 되지만 원인이 분명치 않고 광역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살처분·수매 후 돼지를 키우지 않던 접경지역 농가들도 다시 재입식에 들어갔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9일 경기·강원북부 지역 ASF 살처분·수매농가 261곳 대상으로 돼지 재입식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힌 후 연천지역 대상농가 5곳은 21일 재입식 점검 평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지속 발생하고 있어 사육돼지로의 전파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28일 현재 야생멧돼지 ASF 발생건수는 745건이다.
발생 시·군은 경기도 파주시·연천군·포천시, 강원도 철원군·화천군·춘천시·양구군·인제군·고성군 9곳이다. 화천에서 가장 많은 285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8월부터 그동안 ASF 발생이 없던 춘천·인제에서도 야생멧돼지 ASF 양성개체가 발견되는 등 오염지역이 확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방역에 만전을 가할 계획이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 28일 강원도 춘천을 찾아 ASF 방역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이 차관은 “야생멧돼지 차단 광역울타리를 구간별로 꼼꼼히 배치하고 지속 점검해야 한다”며 “추석 동안 귀성·성묘 등 유동인구 증가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ASF 발생 지점 주변으로 출입 통제 표지판과 현수막을 철저히 설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명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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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바이러스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해외 발생국으로부터의 유입과 북한을 통한 접경지역 유입 등 의견이 분분했다. 아직 정확한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역당국측은 ASF 발생국인 북한지역에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이 접경지역에서 퍼져 농가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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