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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빈동솔 작성일20-07-20 22:5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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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스케일링(치석 제거) 받았는데 100만원 나왔다.”

최근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한 게시물의 제목이다. 서울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글쓴이는 지난 6월, 그간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스케일링을 받고 결제한 영수증 사진을 업로드했다. 총 결제금액은 무려 99만1050원. 스케일링 시술 비용 33만원에 혈액검사(13만원), 호흡마취(11만원), 마취 모니터링(6만6000원) 등 모든 진료 항목 비용을 더한 값이다. 글쓴이는 “2년 전에도 같은 동물병원에서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25만원 정도였다. 치료 과정은 2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고 발치 등 다른 시술 역시 없었다. (스케일링 받은 후) 인터넷을 검색해본 결과 평균 비용이 20만~30만원 정도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시장이 커졌지만 미흡한 정책과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바로 ‘병원비 부담’이다. 반려동물 진료비는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비싸다. ‘국민건강보험’ 같은 의무가입 보험 제도가 없는 탓에 대부분 진료비를 보호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천차만별 진료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약을 처방하고 똑같은 수술을 해도 병원마다 받는 비용이 다른 것이 현실이다. ‘동물 병원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동물 병원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1999년 정부가 동물병원 수가제를 폐지한 이후부터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 달라졌다. <연합뉴스> ▶발치 비용, 병원마다 80배 차이

▷동물병원 수가제 폐지가 원인

A씨가 감기 때문에 동네 병원(1차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초진 여부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병원마다 진료비는 3000~4000원 수준으로 거의 같다. 병원이 달라도 진료비가 비슷한 이유는 ‘수가제’ 덕분이다. 개별 의료행위 하나하나에 보험수가를 정해놓는 방식. 쉽게 말해 전국 병원 공통의 ‘가격표’가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동물 진료비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1999년 정부는 동물병원 수가제를 폐지하고 진료비를 자율화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존 수가제를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봤다. ‘더 좋은 진료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수가제 폐지 이후 동물 진료 서비스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비싸진 진료비에 보호자 부담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과잉진료 분쟁 등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역시 가장 큰 논란은 병원마다 다른 진료비다. 같은 진료를 받아도 수십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수도권 내 동물병원 50곳을 방문조사한 결과, 가격 차가 가장 많이 난 진료 항목은 치과였다. 발치는 최대 80배, 치석 제거는 최대 35배 차이가 났다. 중성화 수술은 약 5배, 예방접종은 항목에 따라 4.7배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하루 입원비도 최대 4.5배 더 많이 받는 병원이 있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조사 대상 50곳 중 진료비를 사전에 게시한 곳은 18%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병원 내외부 어디에도 가격 정보를 게시하지 않았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진료를 받고 나서야 가격표를 받아 들게 된다. 가격 비교도 물론 어렵다”고 말했다.

동물병원 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진료에 사용되는 약물 종류나 투입되는 직원 수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동물병원장은 “금액 자체만 놓고 보기보다는 그 금액이 합당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중성화 수술만 해도 수술 전 검사를 몇 개나 하는지, 마취 방법은 무엇인지, 수술에 들어갈 스태프는 몇 명이나 되는지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보호자가 해당 진료 내용을 잘 이해하고 납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료 항목 표준화가 핵심

▷수의사법 개정안, 이번에는 통과될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보호자와 동물병원 사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는 중이다.

여러 동물병원 진료비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가 대표적이다.

‘마이펫플러스’는 지난해 제휴 병원이 90개에서 올해 200여개로 2배가량 늘었고 월평균 사용자가 9만명에 달한다. 반려동물 진료비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펫프라이스’ 역시 최근 출범 8개월 만에 누적 발송 견적서 1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진료비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는 다양한 ‘펫보험’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보험금을 500만원까지 지급하는 현대해상 ‘하이펫애견보험’, 최대 보상 한도가 1500만원인 삼성화재 ‘애니펫’ 등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동물병원 비용 예측이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는 펫보험 가입의 득실을 따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많이 받는 진료 항목의 경우 표준화를 통해 평균 가격을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에는 법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이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동물 진료비 사전 고지 등을 골자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동물병원 진료 항목 표준화’와 ‘진료비 사전고지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동물병원 수가제를 부활하고 진료 비용을 책자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에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정부안과 비슷한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담긴 총 5건의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수의사법 개정안 통과가 진료비 부담을 덜 뿐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심준원 한국반려동물보험연구소장(펫핀스 대표)은 “병원마다 제각각인 질병 항목별 진료코드 표준화가 급선무다. 진료비뿐 아니라 반려동물 관련 보험의 대중화와 고도화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동물병원 부가세 해결이나 동물병원 건물 기준 완화 등 수의사 규제 개선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업계 역시 개정안 내용 자체에는 찬성이다. 다만 실효성 확보를 위해 꼼꼼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수의사들이 수의사법 개정안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수가제 폐지 후 20년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병원마다 반려동물 진료 항목, 사용하는 약물 이름 등이 다 제각각이 돼버렸다. 당장 표준수가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다.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진료용어, 진료행위, 진료 항목별 절차 등을 표준화하는 ‘동물 진료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의 충분한 연구와 예산·정책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나건웅 기자 [email protected]]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8호 (2020.07.22~07.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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