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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엔지니어가 대접받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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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달빛 작성일20-06-29 22:3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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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 서울대 AI위원회 위원장 [email protected] >고교 졸업을 앞둔 3학년 시절, 학교 자습실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자습실 앞쪽 벽에는 ‘게으른 농부는 밭이랑만 세고, 게으른 학생은 책장만 센다’는 글이 걸려 있었다. 꼭 날 집어서 꾸짖는 듯한 글이었다.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은 가로등 아래에 모여 바둑을 두거나 잡담을 했다.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좋을까’라는 진지한 논의도 꽤 있었는데, ‘공대가 좋은지 기초과학이 좋은지’와 같은 유치한 수준이었다. 나는 공학이 무언지도 잘 모르면서 전자공학을 택했다. 이 분야가 지금 세계를 이끌고 있으니 참으로 운이 좋은 셈이다.

1970년대 대학은 학생운동으로 늘 문이 닫혀 있어서 제대로 된 수업은 거의 받지 못한 채 졸업했다. 석사과정에 가서야 겨우 공부를 맛보기 시작했는데, 당시 원로교수님이 일깨워 준 공학의 개념은 나에게 큰 깨달음이었다.

“공학은 진리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공학은 100% 맞는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협에 의한 최선의 답을 찾는 것이다. 타협이란 해결책의 성능, 가격, 만족도 등인데 특히 가격이 중요하다. 공학자는 몇 년마다 계속 새로운 문제를 풀어가야 하고, 동시에 여러 문제를 풀기도 한다.”

졸업 후 첫 직장으로 택한 연구소 입사 면접에서 “엔지니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배운 대로 답하고 합격했지만 실천은 어려웠다. 당시 한국의 산업은 선진국을 모방하기에도 벅찼고, 낮은 인건비에 주로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엔지니어의 역할을 따질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과학기술과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학이란 무엇인가” “엔지니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성찰이 필요하다. 공학의 본질인 발명-응용-산업의 사이클이 잘 적용된 예로 우리나라에는 반도체, 정보통신, 에너지산업이 있다. 앞으로는 바이오, 유통, 인공지능 분야가 유망할 것이다. 본질을 외면하고 여전히 낮은 임금을 좇아 생산시설을 후진국으로 넘기거나, 금융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한 국가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공학을 배우고 사회로 나가는 졸업생의 진로는 이전보다 정말 다양해졌다. 학계, 산업계, 창업은 물론 법조계, 연예계까지 넘본다. 실로 ‘엔지니어링 에브리웨어(Engineering Everywhere)’의 시대다. 창의,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공학과 엔지니어의 본질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더불어 공학의 사회적 책임, 윤리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야 하며 첨단기술에 의한 사회 양극화 심화에 대한 책임도 같이 나눠야 한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엔지니어의 역할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풀어야 할 문제의 종류와 난이도가 바뀔 뿐이다. 유연한 기본기를 갖춘 능력 있는 엔지니어가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가 계속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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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공정성 논란과 더불어 정규직·비정규직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20만명을 올해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목표 달성에 치중하다 보면 '노노 갈등'이 더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노동조합 설립 부문과 중소기업·비정규직·노조 미설립 부문으로 크게 양극화돼 있다. 두 부문의 평균 근속연수는 각각 13.7년과 2.3년으로 고용 안정성이 크게 차이 난다. 월평균 임금도 424만원과 152만원으로 2.8배가량 격차가 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형성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업무 자체가 단순·복잡 또는 전문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산업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이중구조를 완화하려면 우선 '임금·근로시간·고용조건'이 유연해지도록 해야 한다.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기존의 '연공서열형 호봉제'는 공정·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어느 강도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정규직의 임금수준과 근로조건도 달라져야 시장 원리에 맞는다. 비정규직도 수행하는 업무에 맞춰 처우를 개선하고 양극화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남용은 막아야 하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근무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무작정 비정규직을 없애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하다 보니 첨예한 갈등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기업의 비용 증가와 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하고 있다.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바꿔 노동시장 양극화를 완화하려는 노력은 2000년대 초부터 추진돼왔으나 노동계의 기득권층 반발로 지지부진하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던 공기업 성과연봉제도 현 정부 들어 유야무야된 상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도 공기업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바꾸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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