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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여송
작성일20-09-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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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대신 집
팬데믹이 도래하기 직전까지 나는 매일 헬스장이라 불리는 공간을 찾았다. 흔히 말하는 ‘몸짱’이 되기 위해서는 결코 아니다. 신체적 노쇠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연령에 접어들면서 ‘살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샤워라도 한다’라는 신념 하에 그렇게 매일 짐에 들렀다. 잠시라도 숨을 토해 내고 근육을 사용하면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간 많은 이들이 짐을 찾았던 이유는 ‘어떤 무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곳에 가면 운동을 하는 이들이 수두룩하고, 또 그들에게 자극받아 나 역시 몸을 움직이게 된다는 배경 말이다. 사실 맞는 말이긴 했다.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서 대면이 필요했고, 또 제대로 된 기구 사용법이나 호흡법을 알기 위해서라도 그곳은 필요한 공간이었다. 더욱이 운동 기구들을 집에 들여놓으려면 자본과 장소가 필요했기에 더 그랬다. 아무튼 이 행동이 움츠러드는 시기를 맞이해 버렸다. 위기의 시대가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위기의 시기에도 운동은 필요하다. 그러면서 의문이 도출되었다. 굳이, 꼭, 무조건, 그곳에 가야만 운동을 할 수 있는 거야? 인식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최적의 장소는 역시 집이었다. 홈 트레이닝(이하 ‘홈트’)이라 지칭되는 ‘집에서 하는 운동’이 대중화되었다. 거기에 필요한 용품, 장비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요가 매트부터 덤벨 등에 이르기까지 이 중 한 가지 정도는 보유하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 누가 운동을 가르쳐 주는가? 질문이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보통의 개인은 누군가 성취욕을 불어넣어 주거나, 강요하거나, 경쟁시켜야 몸을 움직이고 숨을 토해 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에는 홈트 강좌들이 줄줄이 업로드 되었다. 포털 사이트에도 집에서 운동하는 법을 상세히 지도하는 영상들이 많아졌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진작에 러닝과 트레이닝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배포했다. 여기에는 뛸 때 얼마나 뛰었는지, 크루로 묶인 친구들과의 경쟁 및 비교도 가능하며, 또 홈트를 위한 초보부터 고급 레벨까지의 트레이닝 방법들이 나열되어 있다. 영상 하나 틀고 화면 속 강사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일종의 모바일 PT를 무료로 받는 셈이다. 여기에 일정의 수강료를 내면 조금 더 구체화되고 명확한 홈트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굉장히 활성화되었다.
홈트 프로그램들 속에는 헬스장처럼 거창한 기구들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 속에서, 간단한 소도구들로 어떻게 육체를 단련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약간의 의지만 있으면 집에서도 땀으로 진탕 범벅 된, 대견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절대 다수가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러한 환경하에 홈트는 대단한 어떤 행위가 아닌 운동으로 소소한 행복을 도출할 수 있는 소확행의 미시적 실천으로 대중화되고 있다. 운동을 하니 먹고 마시는 것에도 관심이 집중되었다. 자연스러운 순리다. 더 좋은 것을 섭취하고자 하는 웰니스 푸드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말. 더 나아가 흔히 채식주의자라 불리던 이들에 의해 소비되던 비건 푸드에 대한 집중도 이어졌다. 물론 완전한 채식주의를 실행하기보다는 육류 및 육가공 식품의 섭취 비중을 줄여 나가는 쪽으로의 집중이다. 산업적으로 배송 시스템이 굉장히 발달함에 따라 신선한 식품을 신속하게 집 앞으로 즉시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이러한 트렌드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의 확장
이처럼 에너지를 섭취하고, 그것을 신체 속으로 용해하는 데에는 잘 먹은 후의 홈트 정도면 됐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팬데믹 속에서도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다. 아니 이건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다. 그 누군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지 않겠나.(현재 같은 위기가 도래하기 전까지만 해도)일명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이라 칭해지는 삶의 형태는 패션, 용품 산업의 근간이 되었고, 이를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캠핑, 서핑 등이 그 아웃도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들이었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도 종종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도출하면서 이 또한 주춤하는 듯해 보였다. 물론 아웃도어 라이프가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발생한 기회이긴 했다. 조용한 캠핑장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 또한 위험하다고 판단하며 ‘차박’이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이 모든 것들이 위험과 위기의 시대가 낳은 ‘어나더 라이프스타일’ 형태로 점차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도 아웃도어 트렌드는 꽤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일단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캠핑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도 캠핑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대규모 캠핑 페스티벌도 펼쳐졌고, 그곳에 들르면 참여자 모두가 텐트를 자랑하기 위해 온 듯 휘황찬란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나열했다. 텐트뿐만 아니라 캠핑 용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옷처럼 트렌드에 맞춰 이 용품들을 매번 바꾸기엔 소비자들에게도 한계가 있었을 테다. 여전히 캠핑은 일상 속에 자연스레 녹아 들어 있지만 그 산업 자체는 과거만큼 화려하지 않다. 그 대신 캠핑이 트렌드의 정상에 오르면서부터 한국 내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은 조금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한국에서는 불가할 것 같은 서핑이 치솟아 올랐고, 캠핑과도 자연스레 연계되며 동해, 서해, 남해, 제주를 막론하고 파도가 있는 곳이면 서퍼들이 들끓었으니 말이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활동이 아웃도어 트렌드로 정착되나 했더니 어느 순간 ‘애슬레저 룩’이라는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도시 속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하며 즐기는 행위가 트렌드로 꼽히게 된 것이다. 퇴근 후 야간에는 도시를 달리는 러닝 크루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고, 스케이트 보드, 롱보드, 사이클링 등으로 그 영역은 확장되어 나갔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들의 제품 변천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트렌드 변화가 금세 포착된다. 요가복이나 운동복으로 생각되던 레깅스가 일상 패션의 하나로 자리한 것만 봐도 그렇다. 각설하고 도시든 야외든 어디서든 간에 빼곡하게만 느껴졌던 삶에 약간의 여유를 전할 수 있는 행위들 모두가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으로 가는 밀레니얼
이렇게 급변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변화 속에 최근 주목해야 할 게 생겼다. 그건 바로 ‘등산’이라 불리는 액티브 라이프다. 시쳇말로 등산이라고 하면 ‘라떼는’ 세대보다 더 윗세대의 트렌드로 느껴지던 것이었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등산복이 중년 세대 이상의 국민 아이템이라고 말이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단체 해외 여행객의 스타일을 훑어 봐도 형형색색의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옷들로 만개했다. 아무튼 그렇게 등산은 아웃도어 라이프 또는 스타일에 있어 현 세대와는 동떨어지는 어떤 것이라 추정되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같은 인식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컬러풀한 차림으로 산에 오르고, 내려오며 파전에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일련의 행위들이 동세대와 동떨어지는 어떤 것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밀레니얼과 밀레니얼 Z세대에게 이제 등산은 아버지, 삼촌, 고모, 이모의 구시대적 행위가 아닌 새로운 세대의 또 다른 트렌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왜 산에 오르는 일이 시대의 주축인 세대에게 굉장히 새로운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내게 있어 등산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내가 산에 오른 게 대체 언제인지 떠올리기조차 힘겹다. 어린 시절, 이제 고인이 되신 아버님을 따라 (가족 여행이라는 미명하에) 전국의 이 산 저 산을 몇 번 올라 본 게 전부다. 심지어 결혼 후 새로 이주한 아파트 뒤편에 인왕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가 있다(고 했다). 한번쯤 올라 볼 법도 한데 아직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에서 등산을 바라볼 때 그건 여전히 트렌드에 한참 뒤쳐진 어떤 것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다. 필자의 사무실 옆자리의 MZ세대에 속하는 후배에게 물었다. “너는 등산을 좋아하니?” 사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반응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답변은 “네!”였다. “왜?”라고 다시 물었다. “그냥 슬슬 걷고 오르고 내리다 보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행여 과거의 기억 속에 잔존해 있는 “등산 후 막걸리 한 잔?”을 질문으로 던졌다. “당연히 가볍게 한 잔 하죠!”(유명한 산 아래에는 맛집이 많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도 등산을 좋아하니?”라고 했더니 대부분 그걸 그리 싫어하지는 않는단다. 대체 어떤 옷을 입고 오르는지도 궁금했다. 설마 부모님 세대의 그것을 따라 입을지 궁금해서였다. “그냥 편하게 입고 가요. 가벼운 산행, 또는 일종의 나들이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죠. 단, 신발은 좀 챙겨 신을 경우가 많아요.” 이로써 MZ세대에게 등산이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의문이 일정 부분 해소된 느낌이었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등산
그렇다. 새로운 세대에게 등산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등산이 아닌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종의 하이킹 정도랄까? 해발 몇 미터 고지를 등정해 정복하는 의미의 등산이 아닌, 가벼운 발걸음에 신선한 공기와 확 트인 풍경이 더해지는 피크닉 느낌인 것이다. 사전적으로 하이킹은 ‘가벼운 옷차림이나 장비로 고원, 평야, 구릉, 해안 지대 등을 거닐며 자연을 즐기는 행위’를 말한다. MZ세대의 트렌드로 떠오른 등산은 이 의미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캠핑을 위해서는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차박을 위해서도 어디론가 이동을 해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등산은 굳이 멀리 이동하지 않더라도 도시 속에서도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지형은 전국 어디든 산을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를 겨냥한 스포츠 및 패션 브랜드들의 마케팅도 꽤 치열하다. 예부터 전형적 아웃도어 브랜드로 인식되던 코오롱 스포츠가 ‘솟솟상회’라는 이름을 걸고 수도권에 위치한 청계산 입구에 매장을 낸 것도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그래서인지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스타일이 꽤 트렌디하게 변경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원색 상의와 무채색 하의로 채색되었던 기존 스타일이 기능성을 보유하면서도 패셔너블한 일상복으로도 활용 가능하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등산은 뉴트로 트렌드와도 자연스레 맞물리며 라이프스타일 속에 침투하고 있다. 등산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금 세대에게는 거리감이 있는 어떤 활동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등산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확장시켰다. 동시에 MZ세대에게 등산은 그리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등산이 여행과 결부되었을 때는 일정 부분의 부담을 지니지만 도심 근처의 산을 오른다 치면 대중교통비와 약간의 식대 정도만 있으면 가능하다. 의복 스타일에 대한 큰 부담도 없다. 요즘 유행하는 레깅스를 입어도 될 만큼 자유롭다. 여기에 발을 보호해 줄 운동화, 기능성 신발 정도만 챙기면 된다. 거창한 기능성 의류나 용품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물론 비박을 하거나, 더 험하거나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상 방지, 체온 보호를 위해서라도 기능성 의류 등을 챙겨야 할 거다. 단지 여기에서 언급하는 트렌드로서의 등산은 히말라야 원정이 아닌 동네 산보와 같은 등산이다.
팬데믹의 도래와 함께 북한산 등산객이 근래 42% 가까이 증가했다는 지표를 보았다. 인스타그램에 ‘#등산’을 검색하니 약 296만 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나온다. ‘#등산스타그램’도 48만여 건이나 검색된다. 그리고 그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지금껏 우리가 알아 왔던 등산복 차림새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언택트’라는 험난한 과제가 주어졌다. 이제 그들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았다. 그것이 등산이다. 우리에게 들이닥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에 있어 확실한 건 생업을 위한 행위를 제외하면 많은 일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은 집에서, 나들이는 산으로’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홈트와 등산은 최전선에 있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중 하나 임에 틀림없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7호 (20.09.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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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전에도 아웃도어 트렌드는 꽤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일단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캠핑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도 캠핑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대규모 캠핑 페스티벌도 펼쳐졌고, 그곳에 들르면 참여자 모두가 텐트를 자랑하기 위해 온 듯 휘황찬란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나열했다. 텐트뿐만 아니라 캠핑 용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옷처럼 트렌드에 맞춰 이 용품들을 매번 바꾸기엔 소비자들에게도 한계가 있었을 테다. 여전히 캠핑은 일상 속에 자연스레 녹아 들어 있지만 그 산업 자체는 과거만큼 화려하지 않다. 그 대신 캠핑이 트렌드의 정상에 오르면서부터 한국 내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은 조금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한국에서는 불가할 것 같은 서핑이 치솟아 올랐고, 캠핑과도 자연스레 연계되며 동해, 서해, 남해, 제주를 막론하고 파도가 있는 곳이면 서퍼들이 들끓었으니 말이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활동이 아웃도어 트렌드로 정착되나 했더니 어느 순간 ‘애슬레저 룩’이라는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도시 속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하며 즐기는 행위가 트렌드로 꼽히게 된 것이다. 퇴근 후 야간에는 도시를 달리는 러닝 크루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고, 스케이트 보드, 롱보드, 사이클링 등으로 그 영역은 확장되어 나갔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들의 제품 변천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트렌드 변화가 금세 포착된다. 요가복이나 운동복으로 생각되던 레깅스가 일상 패션의 하나로 자리한 것만 봐도 그렇다. 각설하고 도시든 야외든 어디서든 간에 빼곡하게만 느껴졌던 삶에 약간의 여유를 전할 수 있는 행위들 모두가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으로 가는 밀레니얼이렇게 급변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변화 속에 최근 주목해야 할 게 생겼다. 그건 바로 ‘등산’이라 불리는 액티브 라이프다. 시쳇말로 등산이라고 하면 ‘라떼는’ 세대보다 더 윗세대의 트렌드로 느껴지던 것이었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등산복이 중년 세대 이상의 국민 아이템이라고 말이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단체 해외 여행객의 스타일을 훑어 봐도 형형색색의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옷들로 만개했다. 아무튼 그렇게 등산은 아웃도어 라이프 또는 스타일에 있어 현 세대와는 동떨어지는 어떤 것이라 추정되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같은 인식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컬러풀한 차림으로 산에 오르고, 내려오며 파전에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일련의 행위들이 동세대와 동떨어지는 어떤 것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밀레니얼과 밀레니얼 Z세대에게 이제 등산은 아버지, 삼촌, 고모, 이모의 구시대적 행위가 아닌 새로운 세대의 또 다른 트렌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왜 산에 오르는 일이 시대의 주축인 세대에게 굉장히 새로운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내게 있어 등산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내가 산에 오른 게 대체 언제인지 떠올리기조차 힘겹다. 어린 시절, 이제 고인이 되신 아버님을 따라 (가족 여행이라는 미명하에) 전국의 이 산 저 산을 몇 번 올라 본 게 전부다. 심지어 결혼 후 새로 이주한 아파트 뒤편에 인왕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가 있다(고 했다). 한번쯤 올라 볼 법도 한데 아직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에서 등산을 바라볼 때 그건 여전히 트렌드에 한참 뒤쳐진 어떤 것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다. 필자의 사무실 옆자리의 MZ세대에 속하는 후배에게 물었다. “너는 등산을 좋아하니?” 사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반응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답변은 “네!”였다. “왜?”라고 다시 물었다. “그냥 슬슬 걷고 오르고 내리다 보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행여 과거의 기억 속에 잔존해 있는 “등산 후 막걸리 한 잔?”을 질문으로 던졌다. “당연히 가볍게 한 잔 하죠!”(유명한 산 아래에는 맛집이 많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도 등산을 좋아하니?”라고 했더니 대부분 그걸 그리 싫어하지는 않는단다. 대체 어떤 옷을 입고 오르는지도 궁금했다. 설마 부모님 세대의 그것을 따라 입을지 궁금해서였다. “그냥 편하게 입고 가요. 가벼운 산행, 또는 일종의 나들이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죠. 단, 신발은 좀 챙겨 신을 경우가 많아요.” 이로써 MZ세대에게 등산이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의문이 일정 부분 해소된 느낌이었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등산그렇다. 새로운 세대에게 등산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등산이 아닌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종의 하이킹 정도랄까? 해발 몇 미터 고지를 등정해 정복하는 의미의 등산이 아닌, 가벼운 발걸음에 신선한 공기와 확 트인 풍경이 더해지는 피크닉 느낌인 것이다. 사전적으로 하이킹은 ‘가벼운 옷차림이나 장비로 고원, 평야, 구릉, 해안 지대 등을 거닐며 자연을 즐기는 행위’를 말한다. MZ세대의 트렌드로 떠오른 등산은 이 의미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캠핑을 위해서는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차박을 위해서도 어디론가 이동을 해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등산은 굳이 멀리 이동하지 않더라도 도시 속에서도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지형은 전국 어디든 산을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를 겨냥한 스포츠 및 패션 브랜드들의 마케팅도 꽤 치열하다. 예부터 전형적 아웃도어 브랜드로 인식되던 코오롱 스포츠가 ‘솟솟상회’라는 이름을 걸고 수도권에 위치한 청계산 입구에 매장을 낸 것도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그래서인지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스타일이 꽤 트렌디하게 변경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원색 상의와 무채색 하의로 채색되었던 기존 스타일이 기능성을 보유하면서도 패셔너블한 일상복으로도 활용 가능하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등산은 뉴트로 트렌드와도 자연스레 맞물리며 라이프스타일 속에 침투하고 있다. 등산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금 세대에게는 거리감이 있는 어떤 활동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등산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확장시켰다. 동시에 MZ세대에게 등산은 그리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등산이 여행과 결부되었을 때는 일정 부분의 부담을 지니지만 도심 근처의 산을 오른다 치면 대중교통비와 약간의 식대 정도만 있으면 가능하다. 의복 스타일에 대한 큰 부담도 없다. 요즘 유행하는 레깅스를 입어도 될 만큼 자유롭다. 여기에 발을 보호해 줄 운동화, 기능성 신발 정도만 챙기면 된다. 거창한 기능성 의류나 용품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물론 비박을 하거나, 더 험하거나 높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상 방지, 체온 보호를 위해서라도 기능성 의류 등을 챙겨야 할 거다. 단지 여기에서 언급하는 트렌드로서의 등산은 히말라야 원정이 아닌 동네 산보와 같은 등산이다.
팬데믹의 도래와 함께 북한산 등산객이 근래 42% 가까이 증가했다는 지표를 보았다. 인스타그램에 ‘#등산’을 검색하니 약 296만 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나온다. ‘#등산스타그램’도 48만여 건이나 검색된다. 그리고 그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지금껏 우리가 알아 왔던 등산복 차림새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언택트’라는 험난한 과제가 주어졌다. 이제 그들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았다. 그것이 등산이다. 우리에게 들이닥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에 있어 확실한 건 생업을 위한 행위를 제외하면 많은 일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은 집에서, 나들이는 산으로’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홈트와 등산은 최전선에 있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중 하나 임에 틀림없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7호 (20.09.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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