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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어차피 그만 두려했다"…무덤덤한 블랙리스트 '피해자'

방선지 0 2020.09.2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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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전 산하기관 임원들이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과 결이 다소 다른 증언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한 모습. /이새롬 기자

"이미 누릴 것 다 누렸다"…검찰은 "불이익 아니냐" 추궁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환경부가 과거 정부 때 임명된 고위 공무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는 사건이다. 법정에 선 '피해자'들은 "어차피 물러나려고 했다"라며 무덤덤한 반응인 반면 검찰은 불이익을 당한 것 아니냐며 피해자에게 캐묻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였다.

"사표 제출을 강요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당사자들은 임기 만료와 이직 등을 이유로 어차피 직에서 물러나야 할 상황이었다는 이유다. 이에 검찰은 사표 제출을 요구 받은 순간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는지 집중 신문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 씨가 반발하자 김 씨에 대한 표적 감사를 벌이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공판에는 공소사실상 사표 제출을 강요 당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2018년 1월 무렵 환경부 관계자나 직속 상관 등의 요구로 사직서를 낸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사표 제출을 강요 당하거나, 사표를 낸 뒤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표 제출을 강요 받은 당사자로선 당혹스럽고 불쾌할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의 불쾌한 심경이 곧 공소사실의 근거가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증인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 당했을 때의 심정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증인이 "어차피 사표 내려고 했다"는 답을 하면, 사표 제출 요구를 받았던 그 순간의 감정을 떠올리라며 '추궁'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 중 1명인 최모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경영기획이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때였다.

검찰: 증인이 임기가 끝난 뒤인 (2018년) 8월까지 근무한 걸 볼 때,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 아닙니까?

최 전 이사: 그건 맞는데요. 저는 ○○ 대학교에 교수로 가기로 해서, 그걸 하려면 8월까지는 그만둬야 했어요. 8월에는 후임자가 안 와도 그만두려 했습니다.

검찰: 증인이 사표 제출하고도 8월까지 6개월 이상 근무한 걸 보면, 사표 제출 요구가 없었다면 사표 제출 의사도 없지 않았을까요?

최 전 이사: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표를 내야 제 후임이 결정된다고 생각해서 사표를 낸 겁니다.

검찰: 어쨌든 사표 제출 요구가 없었으면 알아서, 자진해서 사표를 써서 갖다 주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최 전 본부장: 글쎄요. 그건….

검찰: 그 시점(2018년 1월 사표 제출을 요구받은 때)을 기준으로요!

최 전 본부장: 그 시점은 그렇죠.

사표 제출 요구에 무덤덤했던 건 또 다른 증인인 남모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도 마찬가지였다.

검찰: 증인은 당시 김○○ 과장(환경부 소속)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자리에 나갔죠?

남 전 원장: 네.

검찰: 김 과장이 뭐라면서 사표를 제출하라고 하던가요?

남 전 원장: 정확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거취에 대해 표명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검찰: 거취 표명하라는 말에 뭐라고 답했습니까?

남 전 원장: 고민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검찰: 고민해보겠다는 건 그 전에는 사표 제출할 생각이 없었다는 의미 아닌가요?

남 전 원장: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고위 공무원이고 원장도 했으니, 때가 되면 거취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 때가 되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그 시기, 그 때 제출할 생각은 없었죠?

남 전 원장: 그 때 생각이 없던 건 아니고요. 때가 되면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거나, 또는 지났기 때문에 사표 제출 요구가 크게 충격적이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이다. 이날 출석한 증인 중에는 2018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자 선정을 서두르라는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임기를 넘겨서까지 근무하다 물러난 이도 있었다. 한모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상임감사의 이야기다.

변호인: 증인이 2018년 1월 사표를 제출한 건 증인의 후임자를 빨리 정하라는 의미였죠?

한 전 감사: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전에도 갑자기 사표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한 일이 있었는데 그러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변호인: 증인의 후임을 구하려면 두 달 정도 소요되겠다 싶어서 사표를 제출한 건가요?

한 전 감사: 네.

변호인: 증인은 2018년 1월 제출한 사표가 수리돼 퇴직한 게 아니라 임기를 마치고 퇴직한 거죠?

한 전 감사: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표 제출하고 임기 2년되는 날 안 나왔더니 감사실에서 "(사표) 수리 안 됐으니 나와달라"고 해서 며칠 더 일했거든요.

청와대 특별감찰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환경부와 한국환경관리공단를 압수수색한 지난해 1월 14일 오후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산하기관 임원을 향한 사표 제출 요구가 과연 환경부의 막강한 권한 남용이었는지도 의문으로 남았다. 또 다른 증인인 김모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업이사가 사표 제출을 요구 받았을 때 상황은 다소 뜻밖이다. 사표 제출을 염두에 두고 있던 김 전 이사를 찾아온 환경부 관계자가 오히려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 정○○ 과장(환경부 소속)이 사표 제출은 환경부 지시라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까? (정 과장의 검찰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김 전 이사: 정 과장이라는 사람의 성격이 그렇지가 못해요. 고개를 푹 숙이고 있길래 "왜 왔는지 아니까 얼른 얘기해"라고 제가 말 했는데 저렇게 진술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가네요. (제시된 조서를 읽으며) 우리 환경부 방침이 어쩌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 안 해요.

당시 최고령 임원에 속했던 김 전 이사에게 사표 제출 요구는 갑작스럽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는 환경부 관계자 앞에서 김 전 이사는 먼저 사표 이야기를 꺼냈다고 기억했다. 그러자 검찰은 반대로 사표 이야기를 들은 환경부 관계자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물었다. 미온적 태도와 별개로, 어쨌든 그는 사표를 받아내러 찾아온 것 아니냐는 취지다.

검찰: 그 이야기를 들은 정 과장이 "무슨 사표 이야기냐", "나 그런 이야기한 적 없다" 이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까?

김 전 이사: 그냥 웃기만 했습니다.

검찰: 사표 제출에 응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이 예상되지는 않으셨습니까?

김 전 이사: 예상되는 불이익이 무엇이냐라…. 어려운 질문이네요. 전 충분히 누릴 걸 다 누렸고, 그만 두라면 그만 두려고 했던 상황이라 사표 제출을 하고 안 하고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김 전 장관 등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16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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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미안하다고 두 번씩이나…매우 이례적"
이낙연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 흐르는 것처럼"
野태영호 "내가 살해돼도 편지 한장이면…참담"
최형두 "북한 주장 대신 읽어"·조해진 "北대변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북한군의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사건'에 관한 현안질의에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공무원 총살 사건과 관련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자, 여권은 "매우 이례적" "상당한 변화"라며 이제까지의 태도를 바꿔 반색했다. 반면, 야당은 "북한 대변인이냐" "끔찍한 북한 사랑"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한민국 국민과 대통령에 대해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 장관은 "북으로서 결정적으로 이 상황을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대응하는 과정이 아닌가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과거 북측의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정도의 변화인 것으로 보인다"며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김영주 의원은 "국가 안보 문제를 과도한 억측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가짜 뉴스가 많이 나오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며 "북한의 최고 지도자 명의로 우리 국민이 살해된 것에 대해 사과했고,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고 했다. 그런데 야당 의원은 시신 태운 걸 전제로 질문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유물을 태운 것과 시신을 태운 것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며 "부유물을 태운 것에 대한 근거를 (북측이)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했으나,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북측의 일방적 주장만 믿고 편들어준 셈이다.

그러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가해자 측의 일방적인 해명이기 때문에 그것은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조사가 따로 필요하다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북한 고위급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이 살해됐는데 북한 통일전선부의 편지 한 장을 두고 '이게 얼마나 신속한 답변이냐' '미안하다는 표현이 두 번 들었다'면서 가해자의 입장을 두둔하는 자리로 됐다"며 "만약 내가 서울 한복판에서 살해돼도 김정은이 '정말 죄송하다. 상부 지시가 없었다'는 편지 한장 보내면 '신속한 대응'이라고 거론할 것인가.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정진석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끔찍한 북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며 "우리 공무원 민간인이 처참하게 천인공노할 북한 만행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해도 그 시각, 골든타임 6시간 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첩보를 입수됐을 때 바로 대통령께 직보했어야 했는데, 대통령께서 다음날 8시 반이 되어서야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유엔 총회연설을 그대로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 참사의 사실을 대통령께 보고 안하고 미뤘던 게 아니냐는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북측 통지문 전문을 대독한 것과 관련해 "북한에게 명확한 경위와 책임을 따져 물어야할 청와대가 합당한 이유 없이 대한민국 국민을 사살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대신 읽어줬다"며 "북한이 합당한 자료와 정황설명 없이 청와대에 통지문이라는 것을 보냈는데청와대가 알아서 설명해 준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조해진 의원도 "전통문 내용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청와대 안보실장은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꼬집었다.

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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