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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1일 "곱등곱등"···'미친 귀뚜라미' 수천마리가 아파트에··· [오래 전 '이날']

삼달차 0 2020.09.1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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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9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 2010년 9월 11일 “곱등곱등”…‘미친 귀뚜라미’ 수천마리가 아파트에 나타났다




“그녀석과 처음 만난 반지하층의 밤/ 귀뚜라미로 착각했을 때 기분이 와방/ 울지않는 그녀석의 행동이 좀 수상/ 인터넷 뒤져본 그날부터 기분이 X망/ 안녕 내 이름은 곱등이 나도 알고 보면 귀요미(곱등곱등곱등)/ 요즘 인기 검색어 1위 어디서든 다들 내이야기(곱등곱등)…곱등곱등곱등/새끼곱등곱등/번식곱등곱등/가족곱등곱등”('꼽등이송' 가운데)

2010년 ‘올해의 곤충’을 꼽자면 단연 꼽등이일 것입니다. 꼽등이는 2010년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생소한 이름의 이 곤충이 무슨 이유로 화제가 된 것일까요.

2010년 9월, 강원 춘천시 후평동의 한 아파트에서 귀뚜라미를 닮은 곤충이 수천마리 나타나 주민을 아연실색케 했습니다. 건물 외벽을 덮은 것은 물론 방과 부엌 내부에서까지 발견됐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서울대 기숙사에서도 이 곤충이 나타났습니다. 학교 게시판에는 대체 무슨 곤충이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이 곤충의 정체는 바로 꼽등이. 몸 길이 4~5㎝로 습기 많은 동굴에 주로 사는 곤충이었습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동굴서식 꼽등이 아파트 출현…이상기후 탓 곤충 생태계도 이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습한 동굴에 사는 꼽등이가 ‘인간 세상’으로 진출한 데는 2010년 유독 길었던 ‘장마’ 때문입니다. 당시 국립생물자원관 무척추생물연구과 김태우 박사는 “꼽등이는 껍데기가 얇아 수분이 없으면 금방 말라 죽는 곤충”이라며 “잦은 비로 공기가 습해지자 주택가와 사람이 사는 곳까지 활동반경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여름에는 올해처럼 비가 많이 왔습니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2010년 6~8월 강수일수는 44.2일로 평년(36.8일)보다 7.4일이 많았습니다.

잦은 비는 매미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평년 같으면 9월 초까지 극성스럽게 울어대던 매미가 8월 하순부터는 거의 눈에 띠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잦은 비로 인한 생육환경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김 박사는 “짧은 시기에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3개나 북상했기 때문에 나무에 붙어 사는 매미의 생육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9월 들어 매미가 자취를 감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4~5㎝에 달하는 꼽등이는 처음엔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 일으켰지만, 곧 ‘미친 귀뚜라미’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차지했습니다. 최범규라는 청년은 ‘꼽등이송’을 만들어 인터넷방송서비스 아프리카TV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최씨는 당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렴을 제외한 가사는 모두 나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실제 자신이 반지하방에 거주하고 있으며 꼽등이가 그 방에 서식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꼽등이는 게임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곱등이 던전’ ‘곱등이 키우기’라는 게임이 만들어졌습니다. ‘곱등이 던전’은 화장실에서 번식하는 꼽등이를 잡는 게임으로, 일정확률로 연가시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꼽등이를 죽이면 몸에서 기다란 연가시라는 기생충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에는 꼽등이의 이상 출몰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불러일으켰다면, 2020년엔 ‘대벌레 대란’과 ‘수돗물 유충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7월 은평구 봉산에 대벌레가 급격히 불어나 주민들을 놀라게 했죠. 곳곳에 수십 마리 가량 엉겨붙은 대벌레를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 인천을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 등이 발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철 이상 고온 현상이 곤충의 개체수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2010년엔 꼽등이, 2020년엔 대벌레와 깔따구 유충, 그 다음엔 뭘까요. 기후변화는 얼굴을 바꿔가며 인간과 생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영경 기자 [email protected]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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